'신들이시여, 그대들이 무엇이든 다 주실 수 있다면,
원컨대 내 아내가 되게 해 주소서.'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
키프로스라는 섬이 있습니다.
문화, 역사적으로는 그리스에 가까우나 지리적으로는 터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때 분쟁 지역이었고 지금은 일부 지역을 터키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키프로스 앞바다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나왔습니다.
그런 만큼 아프로디테가 이 섬의 신으로 경배받고 있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에 사는 조각가였습니다.
당시의 키프로스 섬의 여성들은 몸을 파는 여성들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 불경한 행동으로 여신의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여성들을 혐오하여 독신으로 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젊은 여인의 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상아 조각을 바라보던 피그말리온은 점점 더 상아 조각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상아조각이 사람인양 대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을 맞추고 목걸이를 걸어주고 반지도 끼워주고
침대에 눕히고 베개까지 받쳐 주었습니다.
그는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키프로스에는 매년 아프로디테 여신을 기리는 축제가 열리곤 했습니다.
피그말리온 역시 축제에 참석하여 제물을 드리고 기도했습니다.
상아 조각이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축제에 참석하고 있던 아프로디테 여신이 피그말리온의 기도를 들었습니다.
여신은 승낙의 의미로 하늘로 불길이 세 번 치솟게 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피그말리온은 집으로 돌아가 조각상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살 부분을 누르자 진짜 살결처럼 부드러워졌습니다.
조각상은 진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피그말리온과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 여신은 후에 친히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초승달이 아홉 번 바뀌었을 때 이들은 어여쁜 딸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에 소개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마디로 '기대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긍정적인 기대를 강하게 하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1963년에 미국에서 로젠탈이란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선택된 교사들에게 한 반을 맡기며 우수한 아이들만 모아놓은 반이라
학업 성취도도 높고 앞으로 더욱 발전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끝날 때쯤 다시 지능검사를 했더니 그 반 아이들의 지능 지수가 전보다 훨씬 높아지고
학교 전체의 성적 성취도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수반 아이들이라고 소개된 학생들은 실은 보통의 학생들이었다고 합니다.
지능 지수 검사를 하고 무작위로 20명을 골라서 교사들에게 맡겼던 겁니다.
이 실험의 결론은 좋은 기대를 하면 그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우수한 학생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을 대했으니
칭찬과 격려, 기대도 많이 했을 것이고 그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더욱 분발하게 한 것일 겁니다.
그래서 무언가 기대하고 믿은 대로 실현되는 현상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피그말리온 이야기에 빗대어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기대만 해서는 안될 겁니다.
글자 그래도 기대만 한다고 조각상이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위의 심리학 실험에서도 교사들의 기대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주어졌고,
그런 긍정적 피드백은 학생들에게 자부심과 성취욕을 자극해 주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도 이전보다 더욱 했을 겁니다.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움직여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간절히 원하기만 하라는 말은 아닐 겁니다.
그런 모습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과 마찬가지입니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이 생각할수록 더 많이 행동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피그말리온 효과는
피가 말리는 정도로 간절히 원해서 행동화될 정도가 되어야 할 겁니다.
그 정도로 진심을 담은 기대가 되어야 기대의 대상도 긍정적 행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먼저 긍정적 기대를 해주어야 합니다.
<회복 탄력성>이란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저히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마약과 범죄가 들끓는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가 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그런 가망 없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 변호사 의사 등
성공한 청년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학자들은 그들을 추적 조사하여 무엇이 그들을 성공하게 한 밑거름이었나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가 되었든, 부모가 됐든, 할머니가 됐든, 심지어 이웃집 아저씨가 됐든
성공한 청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믿어 주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타인을 위한 긍정적 기대가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긍정적 기대 역시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저 주문처럼 긍정적 확언을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확언을 듣다 보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힘을 더 얻고 더욱 노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믈론 그 반대의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나쁜 기대를 하고 나쁜 말만 들려주면 상대를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겁니다.
그러니 힘들수록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더욱 긍정적인 기대와 말을 해주어야겠습니다.
에밀 쿠에라는 박사는 자신에게 <나는 매일매일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라는
긍정적 암시를 계속해 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암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발전이 빠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처방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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