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 / 2020. 11. 26. 00:16

니오베, 팔불출 어머니

반응형

 

"잔인한 라토나여, 우리의 슬픔으로 잔치를 벌이시는구려! 자, 그대는 내 불행으로 그대의 마음과 사나운 심장을 실컷 먹이시구려! 나는 일곱 아들의 죽음에 결딴났으니까요. 그대는 이겼으니 승리자로서 환호하세요! 하지만 어째서 승리자지요? 비참한 나에게 남은 것이 행복한 그대에게 남은 것보다 더 많은데......"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팔불출

어릴 적에 어른들이 하시던 이야기 중에 마누라 자랑과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말이 생겨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랑할만하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해 주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마누라와 자식 자랑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상사에게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가볍게 말을 주고받다가 '마누라'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분이 듣고는 저를 야단치셨습니다. "마누라가 아니고 집사람이라고 해야지!"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말은 그리 안 하는데 행동은... 

 

 

 

니오베, 팔불출 어머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이런 팔불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니오베라는 여성인데 자식이 아들이 일곱, 딸이 일곱이 있었습니다. 옛날엔 자식이 많으면 복 받은 사람으로 대접받았죠. 그래서 '자식복'이라는 말은 효심이 지극한 자식을 두었다는 말도 되지만 일차적으로는 많은 자녀를 낳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니오베는 많은 자녀를 낳은 어머니로 자부심이 대단했었나 봅니다.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늘의 신들보다도 자기가 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사실 자랑할 만도 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탄탈로스인데 제우스의 아들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식탁에서 같이 식사를 할 정도였습니다.(후에는 신들에게 죄를 짓고 벌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암피온 역시 제우스의 아들로 리라를 연주해서 돌들을 움직여 테베 성을 쌓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다 자식들도 아들 딸을 각기 일곱 명씩을 낳았으니 자랑하고 다닐 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잘 나갈수록 겸손해야 합니다. 특히나 인생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는 신들에게는 더우 겸손해야 합니다. 하지만 니오베는 부잣집 마나님이 되어 교만이 흘러넘쳐 신들까지도 우습게 알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성안의 여 사제가 예언을 했습니다. 라토나 여신에게 제물을 드리고 분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대로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신전에 가서 라토나 여신에게 분향했습니다.

 

라토나 여신 : 제우스에 의해 쌍둥이를 낳게 되는데 그 쌍둥이가 태양의 신이자 궁슬의 신인 아폴로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기 전에 제우스의 본처인 헤라가 이를 알고 분에 못 이겨 해가 비치는 곳에서는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남산만 한 배를 이끌고 아이를 낳을 곳이 없어 라토나는 이리저리 떠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바다에 떠 다니는 섬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받아 주었습니다. 이를 알고 제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시켜 파도로 햇빛을 가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라토나는 해가 비치지 않는 곳에서 간신히 쌍둥이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여신을 분노케 한 니오베

 

이를 알고 니오베는 신전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라토나는 아이라 해봐야 고작 둘 밖에 없다. 나를 봐라. 아들 딸이 각기 일곱 명이다. 우리 아버지는 제우스의 아들이었고 내 남편도 제우스의 아들이다. 내 남편은 리라 연주로 돌을 움직여 성을 쌓아서 나와 내 남편이 다스리고 있다. 내가 가진 위세가 더 대단하지 않으냐. 설사 내 자식들 몇 명이 죽을지언정 아무렴 자식이 고작 둘밖에 없는 라토나 여신보다야 낫지 않겠냐. 그러니 다들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돌아가라."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월계관을 벗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하늘에서 보고 있던 라토나 여신은 뚜껑이 열려버렸습니다. 헤라의 질투로 인해 갖은 고생 끝에 간신히 아이들을 낳았는데 자식이 적다고 인간인 주제에 니오베가 감히 자신을 놀리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라토나 여신은 아들 아폴로와 딸 아르테미스를 불러서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내가 그래도 신인데 이런 말을 들어야 하겠냐. 내가 너희를 얼마나 아끼는데 한낮 저런 인간이 나에게 망언을 하는구나. 내가 속상하고 창피해서 살겠냐? 이러다 인간들이 나를 신으로 취급해주지도 않겠다."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아폴로가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만하세요. 불평이 길어지면 처벌이 늦어져요."

 

아폴로의 복수, 돌이 된 니오베

그리고는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는 구름에 모습을 감춘 채 화살통을 매고 즉시 땅으로 내려갔습니다. 땅에서는 니오베의 아들들이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피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고꾸라져 갔습니다. 어느 아이들은 서로 레슬링을 하다 둘이 하나의 화살에 죽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아들은 놀라서 말을 타고 도망갔으나 역시 피융~~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렇게 일곱 명의 아들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 암피온은 슬픔을 못 이겨 자살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리고 니오베를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니오베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아들들과 남편을 졸지에 잃은 그녀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한때는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적들까지도 그녀를 연민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두 손을 하늘로 높이 들고 외쳤습니다.

"잔인한 라토나여, 내 아들들이 다 죽어서 내 삶이 결딴 났어요. 실컷 환호하세요. 그런데 어떡하죠? 내게는 아직도 일곱 명의 딸들이 있어요. 당신보다는 여전히 내가 더 낫다고요!"

 

사람은 악이 받치면 무슨 말이든 합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입을 꽉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벌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때 내뱉는 말에는 독이 들어 있고 그 독은 상대는 물론 자신도 해치는 법입니다. 니오베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니오베의 곁에서 오빠들의 죽음을 슬퍼하던 딸들이 하나씩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씩 스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막내딸만 남게 되었습니다. 니오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옷으로 막내의 몸을 가리며 외쳤습니다.

"막내딸 하나라도 남겨 주세요!"

그러나 그런 간청을 하는 사이에 막내딸도 보이지 않는 화살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니오베는 정신이 나갔습니다.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대리석 돌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대리석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고 사람들은 그 대리석을 니오베 바위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팔불출 어머니 니오베 이야기입니다.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데 인간의 최고의 미덕은 '겸손'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리 금수저로 태어나고 아니면 자수성가해서 큰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도 겸손이 없으면 허망하게 됩니다.

그런 성공으로 뒤에서 욕만 먹을 뿐입니다. 더구나 겸손하지 못한 사람에게 큰 권력이나 돈이 있다면 사람들은 큰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겸손하지 않다는 것은 교만하다는 말인데 교만한 사람은 무엇이든 자기 우선인 사람입니다.

자기 우선이다 보니 타인의 아픔과 고난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타인의 고난과 슬픔은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기에 매정하게 굴뿐입니다.

 

간혹 종교인 중에서 신에겐 겸손하다고 하면서 사람에게는 교만한 인간들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만날 수 없는 신에게 겸손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그 사람은 신을 만나 업어 드렸을까요?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을까요? 물론 아닐 겁니다. 신은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기에 그분에게 무엇을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즉 신에게 겸손하다는 말은 사실 측정 불가능하고 이행하기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경배드리고 예배드리고 찬송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종교적 행위이지 그런 행동 자체가 신을 기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저 입술로만 나는 신에게 겸손해하고 말할 뿐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그 신이 만든 다른 인간들을 경멸한다면 말이 안 됩니다. 그건 신을 경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쉽게 비유해서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무슨 정신병자가 그린 것 같다고 하면서 침을 뱉으면서 자기는 피카소를 존경한다고 하면 말이 될까요? 당연히 그의 말은 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신이 창조한 인간과 그 외 생명들을 우습게 보면서 신을 경배하고 신에게 겸손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을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신을 올바로 섬기는 일입니다. 설령 종교가 없다고 해도 겸손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있던 곳을 조금이라도 더 밝은 곳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에머슨은 그것을 성공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있던 곳을 조금이라도 더 밝은 곳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성공이라고 했습니다. 겸손해야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댓글, 구독으로 힘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

'그리스로마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타이온 이야기, 예기치 못한 불행이 온다면  (12) 2020.12.02
카드모스, 영웅은?  (4) 2020.11.30
피그말리온 효과란  (6) 2020.11.23
질투의 여신  (2) 2020.11.16
파에톤 콤플렉스  (2) 2020.11.09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