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 / 2020. 11. 9. 20:55

파에톤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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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에톤아,

너는 큰 것을, 네 힘과 그토록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선물을 요구하는구나.

"

 


<잘나고 싶은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꼭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 업무적으로 엮이면 골치 아플 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고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으려 하고 자기와 다른 의견이면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자라면서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이런 증상을 가리켜 '파에톤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추락하는 파에톤>

-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 이야기 -

 

파에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초기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신인 관계로 같이 살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파에톤은 자라면서 아버지 없는 녀석이라는 놀림을 받곤 했습니다.

그와 친한 친구 중에 지난 시간에 암소로 변했던 이오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오의 아들이 하루는 파에톤의 기분을 또 망쳐 놓았습니다.

 

"뭐라고? 네 아버지가 태양신이라고? 너는 바보같이 네 엄마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냐?"

 

이 말에 화가 난 파에톤은 어머니에게 달려가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 태양신이 맞는지 알려달라고 졸라댔습니다.

이에 파에톤의 어머니는 다시 한번 하늘에 맹세하며 아버지가 태양신 헬리오스가 맞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신이 난 파에톤은 그날로 바로 아버지 신이 살고 있는 태양 궁전을 향해 떠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곳에 도착해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를 만났습니다.

기쁘기는 헬리오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너무 기쁜 나머지 섣부른 말을 해버렸습니다.

파에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소원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파에톤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아버지 태양신의 태양 마차를 한번 몰게 해다라고 했습니다.

태양신 헬리오스는 아차 싶었으나 이미 늦었습니다.

이런 때를 가리켜 화투판에서는 낙장불입, 일수불퇴라고 하지요.

 

헬리오스는 아들에게 다른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 제발 그 소원은 취소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파에톤은 완강하게 태양 마차를 몰겠다고 우겼습니다.

결국 헬리오스는 어쩔 수 없이 태양 마차를 몰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되어 절대 고삐를 놓치지 말고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사실 태양 마차를 모는 일은 헬리오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도 매번 잔뜩 긴장을 하며 몰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차를 어린 파에톤이 몰겠다고 하니 당연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태양 마차에 올라탄 파에톤.

신이 난 그는 힘차게 마차를 몰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하늘의 별들이 자기 주위에 지나치고 지구의 대지가 저 아래 개미같이 작게 보이자 파에톤은 흥분했습니다.

그는 어느덧 아버지의 경고도 잊고 좀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태양 마차를 모는 파에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말들이 마차의 무게가 평소의 무게가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가벼워진 마차에 말들은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었습니다.

광폭하게 뛰는 말들을 파에톤은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태양을 실은 마차는 궤도를 이탈하여 제멋대로 높이 솟았다 땅에 닿을 듯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로 인해 바닷물은 마르기 시작했고 땅은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파에톤도 겁에 질렸으나 마차를 멈추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절망 했으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바다의 신들과 대지의 신은 화가 났으나 너무 뜨거워 얼굴을 내밀 수도 없었습니다.

대기는 마르기 시작했고 용광로처럼 뜨거워졌습니다.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도 뜨거워진 하늘을 간신히 받치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피부가 까맣게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북부는 사막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신들이 살고 있는 올림포스까지 위험해졌습니다.

급기야 신들이 모여 파에톤을 그대로 놔두고 있는 제우스에게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림포스산마저 불타 없어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우스는 번개를 내리쳐 파에톤을 마차에서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파에톤은 몸에 불이 옮겨 붙은 채로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에리다누스라는 강의 신이 불타는 그의 시신을 받아서 얼굴을 씻겨 주었고

물의 요정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어 주었다고 합니다.

요정들은 그의 무덤에 비석을 세워주고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겨 넣었습니다.

 

 

여기 파에톤이 잠들다.
아버지의 마차를 몰던 그는 비록 그것을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큰 일을 감행하다가 떨어졌도다.

 

 


<파에톤 콤플렉스>

이처럼 뭔가 능력에 맞지 않는 큰 일을 해보려고 나서는 것을 '파에톤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남에게 인정을 받으려 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들러는 이러한 콤플렉스가 좋게 발휘되면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콤플렉스의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콤플렉스는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도구가 되곤 합니다.

파에톤도 그랬습니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말에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의 출신을 과시하고

태양신의 아들로서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지만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넘지 멀어야 할 선을 넘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지나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곧잘 '선'을 넘습니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록 능력이 있어도 조금 지나면 모두가 그를 싫어하게 됩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다 보니 자신을 높이게 되고 과장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교만으로 이어집니다.

성경엔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 했습니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마음이 교만의 시작입니다.

 

자신을 과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합니다.

배우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힘들어할까요?

 

 

<궤도를 이탈한 매양 마차>

 

<지금 모습으로 충분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 없음을 걱정하라고 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고 만족하면 됩니다.

사람이 남보다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며, 남보다 모자라면 얼마나 모자랄까요.

결국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얼핏 남보다 잘난 것을 증명하려는 듯 보이나

실은 자기가 남보다 못나지 않다는 것을 보이려는 필사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죠.

 

그래서 인정 욕구에서 벗어날 때 마음의 부담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인간관계도 부드러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문학이 필요하고, 철학이 필요하고, 종교가 필요합니다.

 

요 몇 년 새에 불고 있는 인문학 광풍은 그래서 어쩌면 집단 콤플렉스의 발현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제 시대와 625 전쟁, 군사 독재, 경제 부흥, IMF 등으로

숨 가쁘게 뛰어 온 시절을 벗어나 이제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몸부림.

그것이 인문학 광풍의 원인은 아닐는지요?

 

아니면 이제는 우리도 인문을 이야기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헬조선이라 해도 우리는 그만큼 커졌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되겠습니다.

지금의 각 분야에서의 한류 열풍이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파에톤의 교만, 자기 과신만 조심하면서 말입니다.

 

타인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잘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남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충분히 잘난 사람입니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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