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 / 2020. 10. 31. 09:24

데우칼리온 - 홍수 심판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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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제우스가 내린 대홍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2020/10/29 - [문학과 생각] - 제우스의 홍수 심판 >

 

 

제우스의 홍수 심판 이후에 나오는 이야기도 성경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시죠~

 


 

홍수로 세상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난 후 제우스의 마음 한편에는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땅을 내려다보니 단 두 사람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데우칼리온과 피라로 남편 데우칼리온은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었고,

부인인 피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남동생의 딸이었습니다. (엄마는 판도라)

 

 

 

 

데우칼리온의 아버지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홍수를 일으킬 것을 미리 예견하고

아들 데우칼리온에게 배를 만들라고 했었습니다.

효자였던 데우칼리온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배를 만들어서 홍수가 났을 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수가 끝나자 지상에 남은 사람은 자기들 둘 뿐인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에 둘만이 남겨진 것을 알고 두 부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 해도 아무도 없는 곳에 가면 더 무서워집니다.

깜깜한 밤에 산속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혼자라는 것은 두려움과 절망을 가져오기에 충분합니다.

 

데우칼리온과 피라 부부도 그랬습니다.

그 둘은 세상이 멸망한 것과 이제 땅에는 자기들 두 명밖에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절망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지상에 인류를 존속시키고 싶었습니다. (이거로 봐서 종족번식은 생명체의 본능인 거 같습니다.)

 

그들은 홍수가 그치고 땅에 내리자마자 운명의 여신인 테미스에게 경배를 올렸습니다.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서 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많던 남자들 가운데 단 한 명만 살아 남고,

그토록 많은 여자들 가운데 단 한 명만 살아남았는데

둘 다 죄가 없고 둘 다 신을 공경하는지라......'

 

두 부부는 리카온같이 불경한 인간이 아니라 신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테미스 여신에게 기도했습니다.

 

"테미스 여신이시여, 어떤 방법으로 우리 종족의 손실이 복구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소서.

가장 자비로운 여신이시여, 물에 잠겼던 이 세상을 도와주소서."

 

그러자 여신이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습니다. 홍수로 다 쓸려 내려갔는데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지라니...

더구나 다른 것도 아니고 어머니의 뼈를 무덤에서 파헤쳐 꺼내어 던지다니.. 그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두 사람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데우칼리온이 아내 피라에게 말했습니다.

설마 여신이 진짜로 무덤을 파헤치라는 말을 하진 않았을 거다. 아마도 어머니란 대지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뼈는 바로 돌을 말하는 걸 거다라고 말이죠.

 

피라는 남편의 말이 그럴듯해 보이면서도 그래도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 데우칼리온도 역시 자기가 말은 했지만 자기 말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기에 일단 해보기로 둘은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돌을 들어 각기 자기 등 뒤로 던졌습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돌들이 부드러워지면서 점차로 사람의 모양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둘은 계속 돌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편이 던진 돌들은 남자가 되었고, 여자가 던진 돌들은 여자들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지상은 다시 인간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떠신가요? 성경과 비슷하지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 그리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이야기와 여러 면에서 비슷합니다.

 

1. 지상의 사람들이 모두 타락했다는 이야기와, 그중에 신을 섬길 줄 아는 착한 사람이 한 가정 있었다는 이야기도 같습니다. (물론 인원 숫자는 다르지만)

2. 홍수 이후 노아가 방주에서 나오고 제일 먼저 한 것이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일이었습니다.

데우칼리온과 피라 부부도 배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것이 테미스 여신에게 경배를 드린 일이었습니다.

 

3. 데우칼리온과 피라가 돌을 던져 다시금 사람들이 나타나게 한 것처럼, 

노아의 아들들로 인해 지상에 다시금 사람들이 채워져 갔습니다.

 

4. 대홍수 시기의 이야기는 아니나 성경에 보면 에스겔이라는 선지가가 나옵니다.

이 분이 환상을 보게 되는데 마른 뼈들이 일어나 사람이 되는 환상이었습니다.(멸망한 이스라엘이 다시 회복된다는 계시)

그가 보니 뼈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붙어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데우칼리온과 피라가 던진 돌들이 사람이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들이 던진 돌은 부드러워져서 흙이 묻고 축축한 부분은 점차 살이 되고 딱딱한 부분은 뼈가 되었다고 합니다.



 

 

 


 

 

성경에도 나와 있는 홍수 심판이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나온다는 게 한 편으로 신기합니다.

그건 역으로 커다란 홍수가, 거의 전 세계의 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그런 큰 홍수가 실제로 있었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걸 다르게 표현한 것뿐이겠지요.

 

역사 이전의 고대 시대는 기록이 없기에 추측을 할 뿐입니다.

추측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하고 그런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지어낸 이야기이겠으나,

무언가 그 이야기를 지어낼 때 모티브가 돼준 이야기들이 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고대 사회의 실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겁니다.

고대 신화를 읽으면서 그런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구스타프 슈바브 - 그리스 로마 신화, 이동희 역>

<필립 마티작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리스 로마 신화, 이재규 역>

<오비디우스 - 변신 이야기, 천병희 교수 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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