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 / 2020. 11. 2. 20:56

아폴로의 짝사랑, 월계수가 된 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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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내 아내가 될 수 없으니,

반드시 내 나무가 되리라.

월계수여,

내 머리털과 내 키타라와 내 화살통에는

언제나 네가 감겨 있으리라.

"

<변신 이야기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지요. 예전에 다음과 같은 말이 우스개로 퍼졌었습니다.

삼성의 창업주이신 고 이병철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삼성은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었기에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욕도 많이 들으셔야 했습니다.

오죽하면 '돈 병철'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을까요?

이렇게 특출한 사업 수완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많은 돈을 버셨지만 생전에 당신이 맘대로 못한 게 3가지 있었다 했습니다.

그것은 '미원'과 '자식'과 '골프'였다고 합니다.

70년대에 '미원'은 조미료의 대명사였습니다. 이에 삼성에서도 '미풍'이란 조미료를 만들어서 돈을 쏟아부어 마케팅을 했습니다.

1+1 행사도 열고 가격도 싸게 하고... 난리 부르스를 췄으나 끝내 미원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있었던 일화입니다. 미풍 공장을 만들고 담당 이사가 축사를 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드디어 우리도 '미원'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미풍' 공장 준공 축사에서 '미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미원이 입에 붙어 있었는지 아시겠죠.

조미료 하면 무조건 미원이었습니다. 그 이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연단을 내려옴과 동시에 잘렸다고 합니다.

우스개 소리이고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지만 그 정도로 미원은 이병철 회장조차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미원이나 자식처럼 세상엔 어쩌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사랑이지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포기하려고 하면 왠지 슬그머니 내 곁으로 오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한번 걸리면 열병을 앓지 않을 수 없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병은 인간만 걸리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올림포스의 신들도 자주 그 병에 걸리곤 했습니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수시로 그 병에 걸려서 아내인 헤라 여신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정도입니다.

 


 

여기 또 한 신이 그 병에 걸렸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폴로(아폴론)였습니다.

태양의 신, 음악의 신, 의술의 신이라 불리는 아폴로는 사냥에도 능했습니다.

그래서 피톤이란 괴물을 화살로 쏘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화살을 깍는 큐피드>

 

 

어느 날 아폴로가 길을 걷는데 큐피드(에로스)가 화살을 깎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아폴로가 놀리며 이야기했습니다.

 

"꼬마야, 그런 위험한 무기는 네가 사용하는 게 아니다. 나같이 괴물을 무찌는 용사들이나 쓰는 거야."

이 말에 큐피드는 기분이 상했습니다. (사실 큐피드는 아폴로, 제우스보다도 먼저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최초의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큐피드는 하늘로 올라가 화살을 쏘아서 아폴로를 맞혔습니다.

그리고 다프네라는 아주 예쁜 강의 신의 딸에게도 화살을 쏘아 맞혔습니다.

 

큐피드가 아폴로에게 쏜 화살은 화금 화살로 그 화살을 맞은 사람은 처음 보는 이성을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프네에게는 납으로 된 화살을 쏘았습니다. 납 화살은 사랑을 거부하게 하는 화살이었습니다.

 

<나무로 변해 가는 다프네>

 

그때부터 아폴로는 다프네를 짝사랑하게 됐습니다.

아폴로와 다프네는 서로 쫓고 쫓기게 되었습니다. 짝사랑의 열병에 걸린 아폴로는 열심히 다프네를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다프네는 아폴로를 혐오하며 도망쳤습니다. 쉬지 않고 둘은 산으로 들로 쫓고 쫓겼습니다.

가시덤불로 다프네가 들어가자 아폴로는 행여 그녀가 다칠세라 천천히 쫓을 테니 천천히 도망가라고 말했습니다.

가시덤불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점점 둘의 사이는 좁혀져 갔습니다. 결국 지친 다프네는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하소연합니다.

"제가 이뻐서 이런 일을 겪으니 저의 모습을 바꿔주세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프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프네가 점점 나무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폴로는 깜짝 놀라 변해가는 다프네를 잡고 키스를 하려고 했으나 다프네는 나무로 변해가면서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프네는 완전히 나무로 변했습니다. 그 나무가 월계수입니다.

 

 

<나무로 변해 가는 다프네>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의 눈 앞에서 나무가 되어버리자 아폴로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신이었던 그 조차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폴로는 이미 월계수 나무로 변한 다프네에게 말했습니다. 영원히 젊게 해 주겠다고.

그렇게 해서 월계수는 승리의 관이 되어 아폴로를 기리는 자리에 항상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쫓아간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거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을 일컬어 불장난이라고도 하고, 운명의 장난이라고도 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으면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는데,

큐피드는 보통 장난꾸러기 어린아이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청년의 모습에서 로마 시대 이후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런 장난꾸러기 아이가 쏜 화살이니 사랑은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거 같습니다.

 

 

<슬픔에 찬 다프네의 아버지와 아폴로, 다프네. 에로스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게 진실한 사랑인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지 잘 살펴야 합니다.

특히나 혼자 황금화살을 맞은 것이고 상대는 납 화살을 맞은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합니다.

납 화살을 맞은 사람을 죽자고 쫓아다니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입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다는 걸 잘 압니다.황금화살에 맞으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이른바 눈에 보자기가 씌워졌으니 무어가 보일까요?그래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식음을 전폐하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엔 이런 사람이 종종 있었는데...요즘도 그런가 모르겠습니다. 열병을 앓는다는 것은 그만큼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이죠.원하는 사람을 얻겠다고 강제로 힘을 행사해서는 안됩니다.열병을 앓는 사람은 그런 족속들과는 다른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입니다.디프네를 짝사랑했던 아폴로도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차라리 그런 열병으로 자리에 누운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순수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순수의 시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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