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디에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온통 고통을 끙끙대며 감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비로운 신의 손길을 바라나 나의 고통에는 신조차 잠이 들었는지 고통에서 구해 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큰 잘못도 아닌데 그런 일을 겪으면 황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악타이온이 그랬습니다.
악타이온은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카드모스의 손자였습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전쟁의 신 마르스의 뱀을 죽였기에 그 벌이 손자에게까지 미친 것입니다.
악타이온은 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친구들과 사냥개들을 이끌고 숲을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친구들과 사냥에 열중하다 뜨거워진 태양에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는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 신인 아르테미스가 있었습니다.
여신도 사냥을 하다 더워진 날씨에 잠시 깨끗하고 신성한 물에 몸을 축이고자 했습니다.
여신은 자신을 따르는 요정들과 함께 동굴에 들어갔습니다.
그 동굴에는 깨끗하고 시원한 샘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여신은 옷을 벗고 목욕을 했습니다.
요정들은 그녀의 옷을 받아 들었고, 머리를 묶어 주었습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샘물에 들어가 사냥으로 지치고 더워진 몸을 식혔습니다.
그때 악타이온도 시원한 곳을 찾아 숲을 돌아다니다 그 동굴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이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신의 요정들은 비명을 지르며 여신을 둘러싸서 여신의 알몸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그러나 여신은 요정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습니다.
요정들이 감쌌지만 여신의 알몸은 악타이온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신은 얼굴이 빨개지며 분노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여신은 화살통이 손에 없음을 후회하며 샘물을 퍼서 악타이온의 머리에 뿌렸습니다.
그리고 악타이온을 저주했습니다.
그러자 악타이온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에서는 뿔이 솟아 나오고 손과 발은 털로 덮여 갔으며 목소리는 사람의 소리가 아닌 이상한 짐승의 목소리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사슴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불행이 악타이온을 덮친 것입니다.
놀란 악타이온은 동굴을 빠져나와 도망쳤습니다. 얼마나 날래게 뛰어 도망가는지 자신도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사슴으로 변했으니 당연히 사람보다 빠르게 달렸던 것입니다.
한참을 도망간 후에 정신을 차린 악타이온은 아득했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니 창피하고 이대로 숲에서 지내자니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이때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이 사냥터에 데리고 다니는 개들의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개들은 주인을 찾아 기뻐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을 발견하고 공격하러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악타이온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사슴보다 빨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타이온은 개들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내가 너희 주인이라고 소리쳤으나 소용없었습니다. 악타이온의 목소리는 사슴의 우는 소리로 변해있었습니다.
개들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리 없었습니다. 개들은 몰려들어 사정없이 자기들 주인의 몸을 물어뜯었습니다.
개들의 소리를 듣고 친구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개들이 사냥감을 물어뜯는 걸 보고 개 주인인 악타이온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악타이온이 풀 숲에서 자느라고 못 오는 줄 생각하고 투덜거렸습니다. 악타이온은 그들을 쳐다보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친구들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리 만무였습니다. 결국 악타이온은 의도치 않게 여신의 알몸을 본 죄로 자신이 기르던 개들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악타이온은 억울했습니다.
보려고 본 것이 아닌데 그걸 가지고 저주를 하고 사슴이 되게 하다니,
아르테미스 여신이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악타이온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인생을 봅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의도치 않았고 원치 않았던 일드로 인해,
또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인해 피해를 당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 갑자기 돌진하는 차로 인해 사고를 당한다던지,
열심히 일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피해를 입는다던지,
심지어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모함을 당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아무리 유비무환의 자세로 산다고 해도 뜻하지 못한 불운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려면 순응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사고를 당해서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은 초기에는 믿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아니 인정을 안 하려 한다고 합니다.
다리 하나가 없어졌는데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 그냥 일어나거나 걸으려 한다거나 하는 것이죠.
그리고 없어진 팔에 가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역시 인정을 못해서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일 겁니다.
그다음 단계는 적응이라고 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적응이 되면 새로운 것을 모색할 수 있게 됩니다.
잘 알려진 이지선 씨는 화상으로 얼굴을 잃어버렸으나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오히려 그 역경을 감사의 제목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화상을 당했을 때보다 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운명에 저항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운명에 승리하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먼저 적응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적응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순응이 아니라 적응하라는 것입니다.
순응은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지만
적응은 따라가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입니다.
불운을 겪는다 해도 악타이온처럼 죽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감당하기 힘든 무게인 것이죠.
그렇다면 먼저 적응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적응하면 발전할 수 있고, 발전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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