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재미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입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남편인 헤파이스토스 몰래 전쟁의 신 마르스와 애정 행각을 벌이다 현장을 잡히게 됩니다. 이것은 태양 마차를 모는 태양신 헬리오스가 우연히 그들의 밀애를 보고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2020/09/18 - [그리스 로마 신화로 생각해 보기] - 아프로디테, 사랑은 거품이다.
화간 난 아프로디테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복수를 합니다.
아들인 큐피드를 시켜 사랑의 화살을 쏘아 헬리오스로 하여금 레우코테아라는 아가씨를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헬리오스는 태양 마차를 제시간에 몰지 않기도 하고 레우코테아를 보다가 겨울을 늦추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신이 나가버렸습니다.
레우코테아는 페르시아 왕인 오르카무스의 딸인데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자기 어머니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니 헬리오스가 반할 만도 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헬리오스를 사랑했으나 헬리오스는 그녀들을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오직 레우코테아만 바라보았습니다.
더 참기 힘들게 되자 헬리오스는 레우코테아의 어머니로 변신해서 그녀가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레우코테아는 열두 명의 하녀들과 함께 물레를 돌리며 양털실을 잣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로 변신한 헬리오스는 그녀에게 입 맞추고 하녀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은밀히 볼 일이 있다. 하녀들아. 너희들은 물러가고, 딸에게 은밀히 말할 수 있는 어머니의 권리를 내게서 빼앗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하녀들은 모두 나갔습니다.
그러자 그는 본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레우코테아는 놀랐지만 눈이 부신 신의 광휘에 눌려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헬리오스를 짝사랑하던 요정인 클리티에가 샘이 났습니다. 클리티에는 레우코테아의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고자질했습니다. 헬리오스는 자신이 헤파이스토스에게 고자질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당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레우코테아의 아버지인 오르카무스는 크게 화가 났습니다. 그는 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딸을 땅 속에 묻어 버리고는 그 위에다 무거운 모래 무덤을 쌓아 올렸습니다.
헬리오스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녀가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이미 늦어서 그녀는 죽고 말았습니다.
슬픔에 찬 헬리오스는 그녀의 무덤에 신들의 음료인 넥타를 뿌리며 그녀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한편 헬리오스와 레우코테아의 일을 고자질한 클리티에는 완전히 헬리오스의 눈에 나버렸습니다. 애절한 눈으로 태양신 헬리오스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에 빠진 이는 누구나 그렇듯이 클리티에는 점점 야위여만 갔습니다. 클리티에는 다른 요정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낮이나 밤이나 맨땅에 앉아만 있었습니다. 아흐레를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순수한 이슬과 눈물로만 허기를 달래며 땅바닥에서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태양 마차를 몰고 하늘을 지나가는 신을 향해서만 얼굴을 돌릴 뿐이었습니다.
결국 클리티에의 사지는 땅바닥에 들러붙었고, 안색은 창백해지며 온몸의 일부는 핏기 없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그 일부는 발개지며 얼굴이 있던 곳에는 제비꽃과 비슷한 꽃이 자라났습니다. 클리티에는 뿌리에 붙들려 있음에도 여전히 태양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꽃으로 변신한 후에도 태양을 향한 사랑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꽃이 해바라기입니다.
사랑의 대가는 때로 이렇게 잔인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을까요?
그러나 대가가 크면 클수록 보상도 큰 법입니다.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값진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짝사랑을 하건, 서로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불화하여 다투건 그건 그만큼 그들의 사랑이 값진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참아야 합니다. 비록 짝사랑으로 끝난다 하여도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고 노래한 시인의 말처럼 그 시간으로 해서 더욱 성숙해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투는 부부도 그 과정을 견뎌내면 더욱 아름답고 단단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면 새벽이 오고, 가장 추운 계절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는 법입니다.
다만 그 시간을 견뎌내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황동규 시인은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할 뿐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려면 인내해야 합니다. 많은 고난과 고통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백 세 시대이니 그 긴 시간 동안 어찌 고난의 시간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합니다.
클리티에는 해바라기가 되었지만 덕분에 태양을 가장 오래 보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이루진 못했지만 바라볼 수 있음도 축복입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소유하진 못해도 빼앗기진 않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그 자체가 축복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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