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타우루스를 죽인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
그리스 시대는 신화의 시대였습니다.
신화에는 많은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영웅들은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어 싸우기도 합니다.
테세우스 역시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자기와 사촌 지간인 헤라클레스를 동경했습니다.
그처럼 모험에 가득 찬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가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기 전의 일입니다.
헤라클레스처럼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자기의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를 향해 나선 길인데
일부러 배를 타지 않고 육지를 걸어가는 모험 길을 택한 것입니다.
그 길에서 테세우스는 여러 명의 악당과 괴물을 만나 모두 무찌릅니다.
그중의 한 명이 프로크루스테스였습니다.
이 악당은 나그네를 자기 집에 데려가 자게 해 주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악당 그중에서도 아주 극악한 악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악당의 이름은 프로크루스테스라고 하는데 나그네에게서 돈을 빼앗고는 자기 침대에 눕힙니다.
그리고는 나그네가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서 침대에 맞추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몸을 늘려서 침대에 맞추어 죽게 했습니다.
이 악당을 만난 테세우스는 악당을 때려주고는
그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죽였습니다.
여기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기 아집을 꺽지 않거나 자기 의견만 주장하고
타인의 생각을 자기 생각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대선 준비로 시끌벅적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서로를 헐뜯거나 자기주장이 맞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의 정책과 행동을 문제 삼아 비난을 하기 바쁩니다.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겁니다.
자기 생각에 타인의 생각을 맞추려고 하기에 다툼이 발생합니다.
다툼이 거치면 분쟁이 되고 분쟁이 커지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입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에 진리가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요?
진리가 아닌 바에야 서로 간에 다툴 일도 아닙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섭니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우산의 색깔이 거의 같았습니다.
싸구려 대나무 파란 비닐우산이나 검은 우산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비가 내리는 거리가 형형색색으로 변했습니다.
우산의 색갈이 다양하게 변했고 그림까지 그려져 있어 보기에 좋습니다.
꽃집에 가면 아름다운 꽃들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모두 같은 색의 꽃들만 있다면 어떨까요?
비록 향기는 날지 몰라도 기분까지 좋아지진 않을 거 같습니다.
과일가게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과일들은 먹기에 탐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과일별로 다른 색깔로 인해 보는 이들의 기분을 좋게 해 줍니다.
비 내리는 길거리에 모두 같은 색깔의 우산만 있다면,
꽃이 가득한 꽃집에 한 가지 색상의 꽃만 있다면,
풍성한 과일가게에 한 종류의 과일만 있다면,
우리에게 그리 즐거움을 주지는 못할 겁니다.
다르기에 다양성이 있습니다.
그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고 획일화된 사회입니다.
우리는 수 십 년 전에 그런 사회를 경험했었습니다.과거 군사 정권 시절,그때는 우산의 색깔도 모두 같았고,길거리의 건물들의 색깔도 모두 같았습니다.그리고 자기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들을 침대 크기에 맞추려 한 공포 정치를 경험했습니다.
다양성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치 집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은 매일 우리가 당하는 일이고 행하는 일입니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경험하곤 합니다.
내 생각과 달라서 기분이 나빠지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자기 생각과 달라서 상대를 미워하거나 배척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가만 되짚어 보면 나 또한 많이 그러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연일 조국 사태가 어떻고 추미애 사태가 어떻고 시끄럽습니다.
이쪽을 옹호하면 저쪽에서 돌을 던지고
저쪽을 옹호하면 이쪽에서 돌을 던집니다.
자기 의견과 다르면 상대를 보수 꼴통이다 좌파 빨갱이다 하고 비난합니다.
그렇게 서로 간에 자기주장만 하며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상대를 자기 침대에 억지로 맞추려고 합니다.
테세우스 같은 사람이 나타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 각자가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서로를 인정하게 될 거 같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치워버리고
서로가 하나 되는 우리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사랑 (6) | 2020.10.21 |
---|---|
거미가 된 아라크네의 교만 (8) | 2020.10.16 |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 (14) | 2020.10.12 |
신화에게 길을 묻다 - 나와 당신의 이야기 (4) | 2020.10.06 |
아프로디테, 사랑은 거품이다. (0) | 2020.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