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게 길을 묻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간결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 덕분에 우리는 신화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마저도 볼 수가 있습니다.
신화에 비쳐 본 내 모습은 때론 과거의 아픔을 끌어 안은채 울고 있고,
때론 지금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신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우리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속 마음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세계 모든 곳엔 그 지역만의 신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이 읽힐까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이 읽히는 이유
세상엔 참 많은 신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신화의 대부분은 창조 신화입니다.
물론 창조 이야기가 없으면 신화가 아니죠.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것입니다.
거기엔 인간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저 신들의 작업에 지나가는 행인1, 행인2로 등장할 뿐입니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창조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내 인간들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겉으로는 많은 신들을 등장 시키고 있으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인간과 같습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질투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인간과는 다른 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저 힘이 세거나 용기 있거나 무모하거나 심지어 찌질한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사람들의 땀내새가 납니다.
우리가 겪는 희로애락을 볼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상처입은 우리의 이야기,
변절한 애인으로 인해 상심한 우리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잊지 못해 저승까지 따라간 우리의 이야기가 그곳에 있습니다.
이러니 어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화에게 길을 묻다 - 송정림 지음
신화에게 길을 묻다는 송정림 작가의 글입니다.
작가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37권의 책을 냈고 TV 드라마 작가로 할동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글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참 잘 풀어낸다 싶었습니다.
작가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들을 한편 한편 정성스레 고르고 잘라서 우리의 이야기로 버무렸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노래 잘하는 사람과 악기 잘 다루는 사람 그리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송정림 작가에게서도 그런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고대로부터 내려 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신화집으로 누군가가 지은 책이 아닙니다.
그리스 시대부터 이 작가 저 작가가 각기 지은 글들을 후대에 집대성한 것입니다.
그리스 시대와 로마 시대에 지어진 신화로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가 유명하고
그 외에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그 외 많은 작가들이 신화를 이야기했습니다.
후대에 그러한 글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 우리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그러한 책들로 가장 유명한 책이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일 겁니다.
벌핀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지으며 일반적인 교양을 키울 수 있게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신화와 관련된 서양의 교양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이야기보다는 이야기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양 교양을 익힐 수 있을지 몰라도 이야기 자체에 집중이 잘 안됨을 느꼈습니다.
그에 반해 이 책 <신화에게 길을 묻다>는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책처럼 이야기에 집중이 잘 됩니다.
신화와 연관된 교양과 문화를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신화 자체를 소개하고
그것을 우리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내주기 때문입니다.
태양을 향해 태양 마차를 몰고간 파에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허영심을 이야기하고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네소스의 셔츠에서 우리의 의심병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신화는 먼지 쌓인 책장에 꽃혀있는 죽어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신화는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화를 읽으며 우리의 아니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용기를 또 때로는 삶의 지혜를 얻습니다.
그래서 신화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입니다.
삶을 노래하고 싶고 삶을 이해하고 싶으면 신화를 한번쯤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에 이 책 <신화에게 길을 묻다>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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