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정인이 사건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토요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했습니다.
그알에서 보여준 정인이 사건은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리 정이 안 간다고 아기를 그렇게 학대를 할까요?
마지막 날 정인이가 받은 충격을 실험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실수로 아이를 떨어 뜨렸다고는 하나 그 정도로는 도저히 정인이의 내장 파열이 설명이 안되고, 실험자가 소파에서 뛰어내려 아이의 몸을 밟을 정도여야 한다는 실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소파에서 뛰어내려 그 체중으로 밟았는지는 모르나 어쨌건 그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 설명이 가능한 부상이니 그 자체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입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임 여성 1명당 0.918명이라고 합니다.
10여 년 가량 지속된 출산율 저하로 작년엔 1년 전보다 20,838명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주민등록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데드 크로스'가 시작된 겁니다. 영국 BBC에서는 세계 최저 출산율의 한국이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인구 재앙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걱정스러운 미래입니다. 불과 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기만 해도 데드 크로스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불과 20여 년 만에 우리나라가 데드 크로스 상태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90년대만 해도 아이 적게 낳으라는 캠페인이 있었는데...
이는 과도한 출산이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국가의 정책 실수와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따른 두려움 그리고 부담지기 싫어하는 개인주의 등이 복합된 결과일 겁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보며 들은 생각입니다.
1.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점점 아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주변 여건이 어려워도 아기를 가지려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너무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 그런 사랑이 식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보다 내가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통계적 수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모르던 일들이 지금은 매스컴의 발달로 더 알려지고 있는 것도 있겠으나, 사회 전반적인 의식의 흐름이 내가 편한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전체보다는 개인이 우선시 되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우선하고, 도전과 격려보다는 힐링과 위로를 우선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단어에는 이미 나의 편안함을 우선하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2. 사회적 책임감, 연대 의식의 감소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의 감소도 있는 것 같습니다.
30~40년 전만 해도 아이를 갖는 것은 부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집안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거기에 흙수저니 헬 조선이니 하는 단어가 생기고 경제적 두려움까지 더해져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적 현상을 개인으로서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현실적 이유로 부득이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그러나 어쨌건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출산을 할 겁니다. 아무리 곤란한 여건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든 하려는 게 인간의 기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우선하는 사회적 풍토. 이런 풍토가 타인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은 애정을 갖는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어쨌거나 책임을 받아들였으니까요. 사회적 인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책임을 받아들였다 해도 그 기저에는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조그마한 애정이라도 있을 겁니다.
3. 사회와 국가의 잘못
출산율 저하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은 줄어들고 자신의 이익과 권익을 우선하는 사회 현상의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이는 개인의 잘못이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잘못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이 헬 조선이니 흙수저이니 하는 단어의 생산과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좀먹은 것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불손한 의도가 개입되면 과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개인 우선의 의식 변화와 일자리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 그리고 정책의 실수, 언론의 자극적 기사 쏟아 내기 등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이젠 데드 크로스라는 단어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닐지. 의식의 변화와 사회적 현실의 장벽이 겹쳐지니 당연히 출산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줄었다기보다는 출산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이 의식적으로 원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의식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것도 끔찍한 짓거리들은 줄어들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 주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국가가 그리고 언론이 해야 할 일입니다.
사회적으로는 타인의 아이라도 소중히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성이 확대되어야 하고, 국가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언론은 더 이상 자극적인 기사로 국민을 호도하는 못 된 짓을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4. 생명의 소중함을 교육시켜야 한다.
생명에 대한 의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정인이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재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와 고귀함에 대한 철학을 세워야 합니다. 생명을 존귀하게 여길 때 더욱 생명을 사모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생명을 사모하면 출산율은 올라가고 강도, 상해 등의 생명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줄어들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적 소양이 더욱 키워져야 합니다. 인문학 광풍이 불더니 이제는 시들해졌습니다. 인문학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우리의 생활이 돼야 하고 철학이 돼야 합니다.
아울러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어른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고 따라야 할 어른이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는 민주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계셨고, 종교적으로는 우러러볼 분들이 계셨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나름 존경받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존경받는 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분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가치가 정립되지 않을 때 이를 조정해 주는 역할이 어른의 역할입니다. 집 안에서 아이들이 싸울 때 부모가 조정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존경받는 어른이 있어야 생명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어른'의 부재가 오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마저 힘을 잃고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 사회를 이끄는 어른마저 없음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인아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정인이 사건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이제 16개월 된 아이가 무슨 죄를 지을 수나 있겠습니까? 그럴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 순수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면피에만 급급한 양부모라는 사람들이 다시는 없어야겠습니다. 이를 위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들이 살아나야겠습니다. 그래서 아기들을 더욱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커져야겠습니다.
정인아 미안해. 나도 어른이라 정말 미안하구나. 이제는 좋은 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정인아 미안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로교회와 현대 철학의 흐름 (1) | 2021.01.11 |
---|---|
사명감 가진 사람이 무섭다. (2) | 2021.01.05 |
자부심, 롤스로이스 이야기 (2) | 2020.12.30 |
미리엘 주교와 자베르 경감의 차이 (8) | 2020.12.18 |
연어의 몸부림, 효능 (11) | 2020.12.18 |